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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이야기/짧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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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시간이 지날수록 열정이 없다. 무언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기보다 저 포도는 실 거야 하면서 포기해버린다. 일에 있어서 완급조절도 필요하지만 열정이 없는 것은 아예 다른 문제이다. 알만큼 안다고 생각하는 건방짐도 문제다. 사실 조금만 더 돌아보면 모르는 거 투성이다. 무얼 알아야 말도 하고, 생각도 정리하는데 예전만큼의 열정이 계속 생기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살아도 문제는 없겠지만 이렇게만 살면 안 된다는 것도 안다.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이다.
경청 나이를 먹을수록 경청이 쉽지 않다. 꼴랑 아는 게 좀 늘었다고 듣기 싫다. 특히 내 잘못인 걸 지적하면 더 그렇다. 어른이 될수록 말은 더욱 줄이고 듣는 것이 좋다는데 참 어렵다. 다만, 들어야 하는 이야기들이 무언가 깨달음을 주면 좋겠는데 모르면서 떠드는 것이 너무 보인다. 박수도 양손이 맞닿아야 하는 것처럼 경청하는 이의 자세도 중요하지만 말하는 이의 태도도 참 중요하다. 아무튼 중용은 참 어렵다.
설명 설명도 친절히 해주면 좋으련만 사회는 무수히 많은 압축과 은유다. 때로는 맥락이 소거된 결론을 요구한다. 상대가 잘 이해해야 나도 편할 텐데 그것보다는 나만 알고 있음으로 해서 더 주목받는 걸 즐기는 이들도 꽤 있다. 모르는 걸 묻는데 주저하지 말라지만 세상은 모르면 업신여기고 비웃는다. 누군가는 가짜를 알려주기도 한다. 누구도 친절히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직접 몸으로 겪으며 체득하여 한 걸음 한 걸음 계속 나아갈 뿐이다.
인생 인생은 책임의 연속이다. 어떤 행동을 하건 자유지만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게 삶이다. 경제적 자유가 있어야 그게 쉽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 어쨌든 삶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자영업자도 많은 우리나라이지만 월급쟁이들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모두들 월급만큼 자기의 시간을 쓴다. 어떤 때는 나름 괜찮은데 어느 날은 또 되게 고단하다. 이런 것이 인생이구나 싶다가도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도 같다. 삶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오히려 너무 허황되어 현실감이 없고, 삶은 그저 그런 것으로 축소하다 보면 너무 쓸쓸하고 허무해져서 기운이 없다. 여하튼 또 허튼소리를 한다.
시각 같은 사건도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그 시각의 형성은 꼭 지식만은 아니다. 개인적 경험이나 환경도 포함된다.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지만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얼마든지 불편함을 이야기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사회적 규칙으로까지 반영될 불편함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TV를 앞으로 "객놩좡"으로 부르겠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자신의 기준들이 정말 강하다. 그 기준에 들지 않으면 모두 탈락이다. 그러다 보니 논의를 하기도 힘들고 토론한다고한들 협의도 어렵다. 어지간하면 이 어지러운 시절에 나 하나라도 말을 줄이고 싶지만 말 안 하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니 더 목소리를 높여아 되나 싶기도 하다.
행실 일부러 원수질 필요 없다. 할 말이 있으면 말을 하더라도 남의 역린을 건드리면 안 된다. 어느 글에서 본 것처럼 예의는 지능의 문제이다. 특히 요즘 시대에는 과거의 행동도 박제된다. 잊히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깊은 원한은 정말 평생을 간다. 모든 이에게 맞출 필요는 없지만 굳이 적을 만드는 것도 어리석다.
참여 직업 외 다른 일에 참여는 쉽지 않다. 우선 시간이 그렇고, 돈도 그렇다. 또 어떤 동기의 지속도 그렇다. 시민이라면 사회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결국 나와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택을 포기했다고 책임도 면제되지 않는다. 부당한 것에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정의롭지 않은 것에는 의견을 내야 한다. 그런데 선악이 명확하지 않아 구분이 어렵다. 어떤 것은 너무 전문적 지식까지 요해서 단순하게 옳고 그름을 논하기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점점 침묵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 모르면 묻고, 듣고, 답하며 살아야 한다. 삶은 그렇다. 결국 내 선택이다.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남의 생각에 의해 선택받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내 삶을 나로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부단한 ..
자가당착 스스로도 지키지 못하면서 남에게 강요하는 이들이 있다.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래 놓고 자신의 문제가 되면 한 없이 정말 너그러워진다. 남이 하면 불법인 것이고, 자신이 하면 그저 실수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은 없고, 교리만 강요하는 건 정치가 아니다. 대화와 토론과 타협이 실종된 믿고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건 그저 사이비 종교일 뿐인 것이다. 기존 질서에 반대한다고 해서 참신한 것도 아니고 참도 아니다. 반대만으로는 홀로 설 수 없으며, 시민들을 설득할 수도 없다. 어느 날 공통의 비난 대상이 없을 때 자신들의 정치적 존재 가치를 잃고, 서로를 헐뜯지 않을까 생각한다.